만병초
생약명: 석남엽(石南葉)
수행자들이 애용하던 만병초
옛날, 백두산 깊은 골짜기 외딴집에 젊은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사이좋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며느리가 부엌에서 밥을 지으려는데 별안간 “휙” 하는 소리가 나더니 집채만 한 호랑이 한 마리가 부엌으로 뛰어들었다. 호랑이는 왕방울만한 눈을 부릅뜨고 입을 쩍 벌리며 며느리를 노려보았다. 며느리는 기겁을 하여 호랑이 앞에 넙죽 절하며 말했다.
“호랑이님, 배가 고프면 나를 잡아먹으시고 우리 시어머니만은 해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자 시어머니가 방에서 나와 호랑이 앞에 끓어 엎드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호랑이님, 쓸모없는 이 늙은이를 잡아먹으시고 우리 며느리는 꼭 살려 주십시오.” 그러나 호랑이는 입을 쩍 벌린 채 꿈쩍 않고 앉아 있기만 할 뿐이었다.
이상하게 여긴 두 여인네가 호랑이 입안을 들여다 보니 목구멍에 헝겊뭉치 같은 것이 꽉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이것을 빼달라는 것이구나.” 며느리는 얼른 손을 넣어 그 헝겊뭉치를 빼내어 던졌다.
목구멍이 시원해진 호랑이는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는 목구멍에서 빼낸 헝겊뭉치를 물어다가 며느리 앞에 놓았다. 며느리는 낡은 헝겊뭉치를 왜 자기 앞에 가져다 놓은지 알지 못해 다시 저만치 던졌다. 그러자 호랑이는 얼른 그것을 물어다 며느리 앞에 가져다 놓았다. 며느리가 무슨 일인가 싶어 헝겊뭉치를 풀어 보니 그 속에 길쭉하고 까맣고 자잘한 씨앗이 가득 들어 있었다. 며느리는 호랑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 씨앗을 가져다가 뜰에 심었다.
알뜰히 가꾸기를 몇 년, 드디어 환하고 향기로운 꽃이 뜰 가득 피어났다.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그 나무의 잎을 따서 조금씩 끓여 마셨는데 마실수록 몸에서 힘이 솟고 갖가지 병증이 없어지며 늙지 않고 오래오래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꽃 이름을 두견새가 울 때 핀다 하여 중국에서는 두견화라 불렀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조선족 사이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이다.
영적 감수성을 높이는 약초
만병초는 수련을 하는 도인들이 영적 각성을 위해 먹었던 약초로 민간에서 비밀스럽게 전해 내려온다.
이것은 히말라야 산맥에서 나는 석청(네팔이나 부탄, 티벳 지방의 해발3,500~4,500미터 높이의 험한 바위틈에 집을 짓고 사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사나운 벌인 아피스라보리오사의 벌집에서 따낸 꿀)에 비견된다. 석청은 요가 수행자나 라마교의 승려들이 복용하던 수행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수행 전에 석청을 먹으면 영하 수십도의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체력이 생길 뿐 아니라 영적인 감수성이 높아져 높은 수준의 깨달음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에도 약초를 통한 수행법이 있다. 만병초를 이용한 방법은 갖가지 수행법 중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항구적으로 영적인 각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함부로 사용하여 그 본질이 상당히 왜곡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행법의 체계가 대부분 사라지고 극소수의 사람들한테만 비밀리에 전수되고 있다.
만병초 외에도 산삼, 석창포, 왕삼, 천문동, 구룡목, 봉목, 천우향나무, 연화삼, 자초, 남사삼, 황매목, 황철목, 신기초, 주사, 영사 등이 옛날 우리 선조들이 영적인 수행 도구로 사용했던 약재들이다.
이 약초들을 잘 활용하면 몸의 성질과 구성요소가 바뀌어 환골탈태하여 무병장수를 누릴 수 있고, 의식이 각성되어 높은 차원의 지식을 얻을 수도 있으며, 환상을 보거나 유체이탈을 하는 등 신통력을 얻을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목숨을 잃거나 정신이 이상하게 되거나 몸이 마비되는 등의 부작용이 따르므로 스승이나 자격을 갖춘 안내자 없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만병에 잘 듣는 만병초의 효능
만병초는 이름 그대로 만병에 효과가 있는 약초이다. 한방에서는 별로 쓰지 않지만 민간에서는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쓰고 있다. 만병초는 고혈압, 저혈압, 당뇨병, 신경통, 관절염, 두통, 생리불순, 불임증, 양기부족, 신장병, 심부전증, 비만증, 무좀, 간경화, 간염, 축농증, 중이염 등의 갖가지 질병에 효과가 있다.
중국의 의학사전인<중약대사전>에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달고 시큼하며 생리불순, 토혈, 자궁출혈, 직장궤양출혈, 이질, 관절염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중국약용식물채색도지>에는 “중추신경을 억제하여 통증을 멎게 하고 혈압을 뚜렷하게 낮추며 수렴, 발한, 항균, 강심작용이 있어 이질과 사지마비, 신경통,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였다.
만병초는 춥고 바람이 많은 산꼭대기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태백산, 울릉도, 한라산, 지리산, 오대산, 소백산, 설악산, 개방산의 해발 천 미터가 넘는 곳에서 난다. 북한에는 백두산에 노란색 꽃이 피는 노란만병초의 큰 군락이 있고, 울릉도에는 붉은 꽃이 피는 홍만병초가 있다.
만병초는 생명력이 매우 강인한 나무다. 영하 30-40도의 추위에도 푸른 잎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이 나무는 날씨가 건조할 때나 추운 겨울철에는 잎이 뒤로 도르르 말려 수분 증발을 막는다.
여성들의 불감증, 간경화, 당뇨병
만병초는 잎과 뿌리를 약으로 쓴다. 잎을 쓸 때는 가을이나 겨울철에 채취한 잎을 차로 달여 마시고 뿌리를 쓸 때에는 술을 담가서 먹는다. 만병초 잎으로도 술을 담글 수 있다.
만병초 잎을 차로 마시려면, 만병초 잎 5-10개를 물 2되(3.6L)에 넣어 물이 한 되가 될 때까지 끓여서 한 번에 소주잔으로 한잔씩 식사 후에 마신다.
만병초 잎을 달인 차를 오래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고 피가 깨끗해지며 정력이 좋아진다. 특히 여성들이 먹으면 불감증을 치료할 수 있고 정력이 좋아진다. 습관성이 없으므로 오래 복용할 수 있고 간경화, 간염, 당뇨병, 고혈압, 저혈압, 관절염 등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만병초 잎에는 안드로메도톡신이라는 독이 있어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중독되므로 주의한다.
피부의 흰 반점
만병초 잎은 백설풍 또는 백전풍이라고 부르는 백납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백납은 피부에 흰 반점이 생겨 차츰 번져 가는 병으로 여간해서는 치료가 어렵고, 치료가 된다고 하더라도 완치되기까지 2-3년이 걸리는 고약한 병이다. 백납 환자는 서울에만도 5만명이 넘는다는 통게가 나와 있으나 이를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이다.
백납에는 환부에 1푼(0.3mm)깊이로 침을 빽빽하게 찌른 다음 만병초 달인 물을 면봉 같은 것으로 적셔서 하루에 서너 번씩 발라 준다. 빨리 낫는 사람은 1주일, 상태가 심한 사람은 2-3개월이면 치유가 가능하다.
무좀, 습진, 건선
만병초 잎은 균을 죽이는 힘이 매우 강하여 무좀, 습진, 건선 같은 피부병을 치려하는 데도 쓴다. 만병초 달인 물로 자주 씻거나 발라 주면 된다. 만병초 달인 물을 진딧물이나 농작물의 해충을 없애는 자연농약으로 쓸 수도 있다. 화장실에 만병초 잎 몇 장을 넣어 두면 벌레가 꼬이지 않는다.
만병초 달인 물로 소, 개, 고양이 등을 씻어 주면 이, 벼룩, 진드기 등을 없앨 수 있다. 만병초는 진통작용이 강해 말기 암 환자의 통증을 없애는 데도 쓴다. 통증이 심할 때 만병초 달인 물을 마시면 급격히 완화된다.
만병초는 만병에 효과가 있는 만능 약초이다. 다만 높은 산꼭대기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흠이다.